고향으로 가던 길에 마주친 환상의 산
번잡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향하던 주인공이 낯선 산자락에 발을 들이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미지의 봉우리에서 길을 잃은 주인공은 우연히 한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린 이 소녀는 어른의 시련을 도와야 한다는 흐릿한 사명 하나만 품은 채 산 정상을 향한 길을 이끌어 줘요.
시리즈 특유의 담담한 감정선이 초반부터 자연스럽게 깔려요. 시그노가 선보여 온 이야기들이 늘 그랬듯 거창한 영웅담 대신 각자의 상처와 막막함을 안고 터덜터덜 걷는 인물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비춰줍니다. 모니터 불빛만 켜 둔 방에서 잔잔한 배경음악을 들으며 텍스트를 읽고 있으면 묘하게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낡은 카메라 파인더로 바라보는 세계
이 게임에서 주변을 탐색하는 주된 도구는 주인공이 손에 쥔 낡은 카메라예요. 그냥 걸어갈 때는 평범한 풀숲이나 바위처럼 보이던 풍경도 뷰파인더를 들이대고 초점을 맞추면 전혀 다른 진실의 조각이 드러납니다. 숨겨진 길의 흔적이나 잃어버린 기억의 단서가 렌즈 너머로 선명하게 잡히는 방식이에요.
사진을 찍는 행위 자체가 세계를 이해하는 수단이어서 셔터를 누를 때마다 손끝에 잔잔한 몰입감이 남아요. 조작 자체는 아주 단순하지만 앵글을 돌려가며 숨은 의미를 포착해 내는 순간마다 탐색의 보람이 확실하게 전해집니다.

잊히기 전에 담아두는 신령들과의 대화
산길을 걷다 보면 이곳에 조용히 깃들어 살아가는 동물 형상의 신령들을 마주치게 돼요. 이들은 언젠가 자신이 완전히 사라질 운명이라는 걸 알고 있고 주인공의 사진 속에 남겨지면 세상에서 지워지지 않을 거라 믿고 있어요. 그들의 부탁을 듣고 나누는 짧은 대화나 사진에 담아내는 마음가짐에 따라 조금씩 유대감이 쌓여 갑니다.
선택에 따라 신령들과의 관계가 달라지고 종착지에서 보게 되는 결말에도 영향을 준다고 해요. 사라져 가는 세계의 마지막 목격자가 되어 누군가의 흔적을 필름에 남긴다는 설정이 주는 정서가 꽤 깊어서 마주치는 동물 하나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웠어요.

조용히 스며드는 이야기와 아쉬운 지점
한국어 지원은 인터페이스와 자막 번역이 매끄럽게 잘 갖추어져 있어서 긴 서사를 막힘없이 읽어 내려갈 수 있어요. 한국어 음성은 들어있지 않지만 텍스트 위주로 분위기를 음미하는 장르 특성상 몰입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스팀 정가 27,000원이라는 가격대를 생각하면 이동 속도가 다소 느긋하고 퍼즐의 난도가 평이해서 취향에 따라 살짝 단조롭게 느낄 여지는 있어요. 그래도 서서히 바래 가는 세계의 풍경과 차분한 음악이 어우러지는 순간만큼은 가슴 한구석을 뭉클하게 건드려 줍니다.






댓글 19
추천순최신순★ 베스트 댓글
진짜 분위기가 너무 예뻐 보여요^^ 저는 이런 감성 게임이 정말 좋더라구요~ 카메라 아이디어가 독특해서 더 끌리는 것 같아요. 가격이 좀 비싸긴 한데 할인하면 바로 살게요~
27000원 치고는 좀 비싼 감이 있는데 이걸 정가 다 주고 사는 사람이 있나 나중에 번들이나 세일 크게 할 때나 사야지
댓글 감사해요. 카메라 조작 자체는 꽤 간단해요. 파인더를 켜고 대상을 비추기만 하면 되니까 처음부터 어렵지 않답니다. 다만 어떤 순간에 파인더를 열어야 할지 감을 잡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어요. 그래도 급할 게 없는 게임이라 천천히 둘러보시면 충분히 적응하실 거예요.
진행 막히는 구간 딱히 없고 카메라로 찍는 방식도 직관적이라 편하게 하기 좋음. 한국어 자막 깔끔해서 텍스트 읽기는 편한데 더빙 없는 건 확실히 아쉽네
리뷰 감성 잘 느껴짐 낡은 카메라 컨셉이 독특하고 분위기 좋아보임 밤에 해보고 싶음
ㅋㅋ 카메라로 찍는게 고작 그런건가 신령들 교감한다면서 왜 한국어 음성은 쳐 안넣냐 발음 지원 잘하는 회사들은 알아서 넣어주는데 텍스트만 보라는거냐
@다람쥐89음성 없어도 분위기로 다 씹어먹는데 왜 난리임 ㅋㅋ 텍스트 읽는 맛도 모르는거냐 아쉽긴 해도 게임 자체가 좋으니까 용서됨
@다람쥐89한국어 더빙 없는 건 확실히 아쉽긴 한데, 탐색 호흡이 느긋해서 오히려 글 찬찬히 읽으면서 풍경 감상하기엔 딱 좋았어요. 조용한 밤에 불 끄고 잔잔한 감성으로 하기엔 괜찮은 게임인 듯.
27000원 치고는 좀 비싼 감이 있는데 이걸 정가 다 주고 사는 사람이 있나 나중에 번들이나 세일 크게 할 때나 사야지
불끄고 하니까 진짜 분위기 미쳤음 카메라 파인더로 사라지는 존재 찍는게 생각보다 슬프더라ㅜㅜ 가격 아깝다는 사람들도 있는데 난 괜찮았다고 생각함
2만 7천원 주고 산 흑우 없제? 이거 험블이나 스팀 세일 기다리면 반값 이하로 떨어짐. 돈 아까움 ㅋ
ㅋㅋㅋ 이거 친구들이랑 디코 켜놓고 다 같이 화면 공유하면서 하면 꿀잼각 아니냐 ㅋㅋㅋ 근데 혼자 하면 텐션 개처질듯 ㅋㅋㅋ 역시 게임은 같이 해야 제맛 ㄹㅇㅋㅋ 서사만 길면 나같은 애들은 졸려서 못함 ㅋㅋㅋ
오랜만에 이런 감성겜하니까 예전에 친구들이랑 밤새 수다떨던 때가 생각나내요ㅠ 다들 취업하고 바빠서 요즘은 혼자 겜하는데 먼가 씁쓸하고 뭉클함.. 카메라도 먼가 옛날 생각나서 좋음
신령들이랑 교감하는 장면 보는데 괜히 옛날 생각나서 마음이 찡하더라고요. 사라져 가는 존재들을 낡은 카메라로 하나씩 기록한다는 설정 자체가 참 따뜻하고 여운이 남네요. 글 잘 읽고 갑니다.
혹시 다른 분들도 그렇게 느끼셨는지 조심스레 적어봅니다... (저만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조작감이 조금 둔한 느낌이라 저는 중간에 몇 번 헤맸거든요(길치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요). 서사는 참 좋은데 이동 호흡이 너무 느려서 집중력이 금방 흐려지는 건 조금 아쉽더라고요.
리뷰 잘 읽었어요! 밤에 불 끄고 하면 몰입감 진짜 장난 아닐 것 같아요. 저도 감성 게임 좋아하는데 이건 꼭 해보고 싶네요. 카메라로 사진 찍는 설정이 따뜻하고 예뻐요~
와 리뷰 너무 자세하게 써주셨네요! 저도 해보고 싶은데 혹시 처음부터 카메라 조작이 많이 어렵진 않은가요?? 탐색 위주 게임을 잘 못해서 궁금하네요??
@에구댓글 감사해요. 카메라 조작 자체는 꽤 간단해요. 파인더를 켜고 대상을 비추기만 하면 되니까 처음부터 어렵지 않답니다. 다만 어떤 순간에 파인더를 열어야 할지 감을 잡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릴 수 있어요. 그래도 급할 게 없는 게임이라 천천히 둘러보시면 충분히 적응하실 거예요.
진짜 분위기가 너무 예뻐 보여요^^ 저는 이런 감성 게임이 정말 좋더라구요~ 카메라 아이디어가 독특해서 더 끌리는 것 같아요. 가격이 좀 비싸긴 한데 할인하면 바로 살게요~
느린 호흡이라 호불호 좀 갈릴 듯. 이동도 느긋해서 답답할 수 있는데, 신령들이랑 교감하는 서사 하나는 진짜 담담하고 따뜻함. 2만 7천원이면 감성값 친다 치고 해볼 만하다.
카메라 찍는 방식은 참신한데예? 근데 신령들 찍고 교감하는 게 주된 상호작용인가예? 탐색이 느긋하다니 보통 게임보다 이동 속도가 많이 느린 거 아닌교? 나는 메트로배니아나 RPG 하다 보니까 그런 정적인 구성이 좀 걱정되거든예. 그래도 분위기 하나는 확실히 살린 듯해서 할인하면 한 번쯤 해보고 싶네예.
사라져 가는 존재를 기록한다는 설정이 마음에 듦. 분위기도 좋아 보임. 다만 텍스트 읽는 속도가 느려서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2만 7천원은 좀 비싸게 느껴져서 할인할 때 사고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