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 몸으로 체감하는 접지력과 입력 반응
패드를 쥐고 첫 킥을 밀자마자 패드의 진동과 바퀴 구르는 소리가 손끝으로 고스란히 전해진다. 조작감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보드가 바닥을 긁고 지나갈 때의 미세한 떨림이나 체중을 실어 꺾을 때 생기는 관성 처리가 생각보다 묵직하다. 조작 체계는 헐겁지 않다. 누르는 타이밍에 맞춰 군더더기 없이 즉각 반응한다.
유리와 고통으로 빚어진 악마라는 설정 탓에 장애물에 잘못 들이받으면 몸이 그대로 산산조각 난다. 피격 판정이 아주 칼 같다. 어설프게 모퉁이를 긁거나 착지 각도를 빗겨 잡으면 자비 없이 깨져나간다. 이 단단하고 엄격한 판정이 주는 긴장감이 상당하다. 회피 기동을 섞어가며 콘크리트 바닥을 밀어붙일 때의 쾌감이 살아있다.

70가지 기술로 지옥 밑바닥을 뚫는 재미
올리와 킥플립 같은 기본기부터 시작해서 진행할수록 70가지가 넘는 스케이트 트릭이 차례로 풀린다. 트릭을 욱여넣고 난 뒤 착지까지 이어지는 후딜레이 계산이 꽤 빡빡하다. 점프해서 기술만 돌리고 끝낼 수도 없다. 바닥에 바퀴가 닿는 순간까지 자세를 똑바로 잡아야 파편이 되지 않는다.
길목마다 마주치는 악마들을 상대로 속도를 붙여 들이받거나 백사이드 테일슬라이드로 약점을 찔러 무너뜨리는 구성은 액션 게임의 호흡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왁스칠된 암벽을 타고 넘어가면서 보드를 회전시키는 손맛이 진하다. 건망증 심한 개구리 같은 기괴한 영혼들이 던져주는 스케이트 시험을 통과하며 덱과 트럭을 바꾸는 과정도 파고들 여지를 남긴다.

피를 말리는 속도전과 음악의 만남
Blood Cultures와 John Fio가 만든 배경음악은 이 기괴한 지하 세계의 질주에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다. 몽환적이면서도 비트가 뚜렷한 사이키델릭 사운드가 내내 귀를 때린다. 속도를 최대로 끌어올려 연기와 재를 뚫고 달릴 때 음악과 바퀴 마찰음이 하나로 엉키며 기묘한 몰입감을 뿜어낸다.
국내 정가는 21,500원이다. 인터페이스 한글화가 깔끔하게 되어 있어 텍스트를 읽고 기술 커맨드를 확인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음성 지원은 빠졌지만 원래 캐릭터들이 웅얼거리는 소리 위주라 딱히 거슬리지 않는다. 시각적인 왜곡 효과가 강한 편이라 좁은 골목에서 카메라 앵글이 돌 때 순간적으로 거리감이 흐려지는 구간이 간혹 튀어나온다.

단단한 손맛 뒤에 도사린 가혹한 착지 판정
달을 삼키러 간다는 황당한 목적지까지 이어지는 아홉 층의 언더월드는 결코 친절하지 않다. 회피 타이밍을 한 끗만 놓쳐도 유리 조각으로 부서지는 주인공을 보며 이를 갈게 된다. 다행히 재시작이 빠르고 조작의 군더더기가 적어 불합리하다는 인상보다는 내 손가락을 탓하게 만든다.
다만 후반부로 갈수록 요구하는 트릭 커맨드가 복잡해지면서 좁은 통로에서 낙사하거나 각도가 꼬이는 일이 잦아진다. 물리 엔진이 가끔 턱에 걸려 튕겨 나가는 현상이 있으나 전반적인 프레임 유지력과 조작의 날카로움이 이를 충분히 메운다. 스케이트보드를 탈 줄 몰라도 패드 손맛을 따지는 사람이라면 패드를 놓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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