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몹을 베어 넘기는 필드 액션의 쾌감
조작감부터 짚고 넘어가야겠다. 턴제 RPG라는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던전 안에서 칼을 휘두르고 굴러서 거리를 벌리는 조작 반응이 꽤 직관적이다. 아틀러스 전작들이 필드에서 단순히 기습 판정을 따내는 수준에 그쳤다면, 이번에는 실시간 칼질로 적의 자세를 무너뜨리는 손맛이 분명히 살아 있다.
약한 적은 굳이 커맨드 창을 띄울 필요도 없이 필드에서 기본 공격 연타로 바로 지워버린다. 액션 게이머 입장에서 턴제 게임의 가장 큰 고통은 잡몹전 반복인데, 그 늘어지는 구간을 칼질 몇 번으로 완전히 잘라냈다. 적 공격을 타이밍 맞춰 피한 뒤 뒤통수를 치고 턴제 배틀로 돌입하는 전환 과정도 매끄럽다.

군더더기 없는 아키타이프 편성
아키타이프 시스템은 전사와 마법사를 비롯한 클래스를 갈아 끼우며 싸우는 구조다. 소꿉친구인 왕자에게 걸린 저주를 풀려고 떠나는 왕도적 줄거리 속에서 요정 갈리카와 함께 여러 동료를 모으고 클래스를 해금해 나간다.
강적과 마주쳤을 때는 턴제 커맨드 배틀로 전환된다. 약점 속성을 찔렀을 때 행동 기회를 더 얻고 반대로 빗나가거나 막히면 턴이 날아가는 긴장감이 팽팽하다. 필드 액션으로 적을 때려눕혀 그로기 상태로 만든 뒤 전투를 시작하면 선제공격권을 쥐고 들어가므로 사전 조작에서 챙긴 이득을 고스란히 살려 싸울 수 있다.

장갑 전차를 타고 달리는 여정의 밀도
마을과 던전 사이를 오갈 때 타는 장갑 전차는 굴러가는 아지트에 가깝다. 목적지까지 달리는 동안 차내에서 동료와 대화하며 유대를 쌓거나 자질을 단련하고 던전 탐색을 준비한다. 행동할 때마다 시간이 흐르기 때문에 어떤 일에 시간을 쓸지 동선을 짜는 재미가 쏠쏠하다.
낮에는 의뢰를 해결하거나 현상수배 몬스터를 잡으러 가고 밤에는 능력을 가다듬는 흐름이 꽉 짜여 있다. 이동하는 동안 창밖 풍경을 보며 다음 던전 공략을 준비하는 과정이 모험의 완급을 잘 조절해 준다.

가격표를 납득시키는 완성도
스팀 정가 79,800원으로 출시 가격이 다소 높아 고민하는 유저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방대한 볼륨과 깔끔한 아트워크, 전투 편의성을 따져보면 돈값을 톡톡히 해낸다. 한국어 지원은 인터페이스와 자막만 제공되고 음성 더빙은 빠졌지만 텍스트 가독성이 좋아 스토리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다.
액션 파트의 회피 판정이나 적 피격 반응이 전문 액션 게임 수준으로 정교하지는 않다. 판정이 다소 헐겁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지만 턴제 배틀의 템포를 끌어올리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 턴제 RPG를 기피하던 액션 위주 게이머라도 충분히 몰입해서 패드를 쥘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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