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 어드벤처

Big Walk

Big Walk 리뷰: 친구들과 무작정 걸으며 길을 잃는 다정한 소풍. 광활한 들판을 친구들과 나란히 걸으며 목소리와 몸짓으로 퍼즐을 풀어가는 협동 어드벤처 게임이에요.

새벽달빛 · 2026년 8월 5일 · 스팀판으로 지인 세 명과 4시간가량 플레이했어요.

친구들을 불러 모아 무작정 걷는 들판

스팀에서 21,800원에 나온 신작 소식을 듣고 주말 밤에 서둘러 지인들을 모았어요. 거위 게임을 만들었던 제작진 특유의 엉뚱하면서도 평온한 분위기가 시작부터 온몸으로 전해져요. 한국어는 메뉴와 안내 글 같은 인터페이스가 깔끔하게 번역되어 있어서 처음 방을 파고 설정을 만질 때 막히는 부분이 전혀 없었어요.

게임 구성은 단순해요. 두 명부터 열두 명까지 모여서 탁 트인 섬을 정처 없이 걷고 구경하는 게 뼈대예요. 퀘스트 마커나 미니맵을 보며 바쁘게 달리는 게임들과 달리, 여기서는 그냥 바람 소리를 들으며 다 같이 같은 방향으로 발을 떼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곤 해요. 풀밭 색감이 수채화처럼 부드럽고 차분해서 방 불을 끄고 화면을 보고 있으면 늦은 밤에 마음이 스르르 풀려요.

수채화처럼 부드러운 들판을 친구들과 함께 걷기 시작하는 초반 풍경.
수채화처럼 부드러운 들판을 친구들과 함께 걷기 시작하는 초반 풍경.

멀어지면 작아지는 목소리와 무전기

이 게임의 진가는 근접 음성 채팅에서 드러나요. 별도 통화 프로그램을 끄고 인게임 마이크를 켜는 순간, 소리가 공간을 채우는 방식에 감탄하게 돼요. 친구가 언덕 아래로 뛰어가면 목소리가 바람에 흩어지듯 작아지고 동굴 안으로 들어가면 메아리가 울려 퍼져요. 벽 뒤에 숨은 친구의 소리는 먹먹하게 웅얼거리듯 들리고요.

길이 갈라져서 서로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주머니에 든 무전기를 꺼내 켜는 순간은 참 짜릿해요. 지직거리는 잡음 너머로 다급하게 자기 위치를 설명하는 친구 목소리를 듣다 보면, 사소한 실시간 조난도 즐거운 놀이가 돼요. 거리가 떨어지면 소통이 끊긴다는 단순한 규칙 하나로 협동의 맛을 깊게 살려냈어요.

동굴과 언덕 지형에 따라 목소리의 울림과 크기가 실시간으로 달라져요.
동굴과 언덕 지형에 따라 목소리의 울림과 크기가 실시간으로 달라져요.

장난감과 손짓으로 엮어가는 퍼즐

길을 가다 마주치는 도전 요소들은 혼자서는 도저히 풀 수 없게 짜여 있어요. 목소리가 닿지 않는 높은 절벽에 올라서면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키거나 온몸을 허우적거리며 신호를 보내야 해요. 쌍안경으로 먼 곳의 표식을 확인하고 레이저 포인터로 바위에 빛을 쏘아주며 바닥에 있는 친구에게 길을 알려주는 식이에요.

가방에서 꺼낼 수 있는 소품들도 하나같이 웃음이 터져 나와요. 확성기로 엉뚱한 소리를 지르거나 화이트보드에 엉터리 약도를 그려서 친구 얼굴 앞에 들이밀 수도 있어요. 카우벨을 딸랑거리며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한참을 킥킥거리게 돼요. 퍼즐을 풀기 위한 정답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가진 물건을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며 함께 답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커요.

쌍안경과 레이저 포인터를 꺼내 먼 곳의 퍼즐 기믹을 확인하는 모습.
쌍안경과 레이저 포인터를 꺼내 먼 곳의 퍼즐 기믹을 확인하는 모습.

노을 아래 멍하니 앉아 있어도 좋은 곳

협동 게임이지만 누군가 뒤처진다고 해서 채근할 필요가 없어요. 바닷가 절벽에 나란히 앉아 천천히 저무는 붉은 노을을 지켜보고 있어도 아무런 페널티가 없거든요. 친구가 들고 있던 망원경을 슬쩍 뺏어서 파도 속으로 뻥 차버리는 장난을 쳐도 그저 웃음으로 넘어가요.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일보다 그곳에 닿기까지 나누는 헛소리와 발걸음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분명 끝이 있는 여정이지만 마지막을 향해 서두르고 싶지 않은 독특한 온기를 품고 있어요. 플랫폼이 다른 친구들과도 부담 없이 모여서 걸을 수 있는 크로스 플레이를 지원하는 점도 반가워요. 대화가 잘 통하는 친한 이들과 함께 밤새도록 숲길을 헤매고 싶은 분들에게 이만한 소풍은 없을 거예요.

여정 중간에 바닷가 언덕에 모여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어요.
여정 중간에 바닷가 언덕에 모여 앉아 노을을 바라보며 쉬어갈 수 있어요.

관련 리뷰

더보기 ›

★ 베스트 댓글

찹쌀꽈배기8월 6일 PM 03:51

물올려놨다 님, 허허 그러게 말이오! 저는 오히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서 샀습니다. 길을 잃어도 친구랑 실실 웃으면서 다니는 게 이 게임의 묘미가 아닐까 싶네요. 음성 채팅으로 멀어질수록 소리가 줄어드는 거랑 무전기로 떠드는 연출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LP판으로 듣고 싶은 음악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배경음도 나쁘지 않아요 껄껄!

x달빛검객x8월 8일 PM 03:23

정가 2만 1천 8백원에 플탐이 얼마나 되나요? 장르 보니깐 걷는 게 메인인디 길 찾는 데 시간만 버리믄 영 아까울 거 같습니다. 할인 기다렸다가 친구랑 같이 사쇼잉.

물올려놨다8월 6일 AM 08:15

친구랑 같이 하면 재밌을 거 같긴 한데 혼자 하면 1시간도 못 버틸 듯 ㅎㅎ 안내 표식 없으면 저는 진짜 답답해 죽을 거 같아서 패스 안내 표식이 거의 없다는 점은 좀 아쉽네요 ㅠㅠ 그래도 음향 시스템이 좋다고 하니까 다른 게임 기대해봅니다 ㅎㅎ

물병15호8월 11일 PM 06:27

저도 리뷰에 나온 대로 음성 채팅 거리감이 정말 인상깊었습니다. 친구가 멀어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는 걸 체감하니까 자연스레 '야 거기 가지 마' 하게 되더라고요. 다만 한국어 음성이 지원 안 되는 점은 살짝 아쉽네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도란도란 떠들면서 하기엔 딱 좋은 것 같아요.

다람쥐898월 10일 PM 05:55

한국어 자막 지원해 주는 건 좋은데 음성 더빙 없는 건 살짝 아쉽긴 하네. 그래도 본편은 친구랑 하니까 나름 재밌다. 무전기 켜놓고 멀어지면 찌직거리는 거 은근 섬세하네. 근데 길 찾는 데 표식 없다는 건 동의함. 짜증날 수도 있음.

소장파패키지러8월 9일 PM 06:04

리뷰 잘 읽었습니다. 음향 시스템이 인상깊다는 대목에서 고개가 끄덕여지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이 게임은 실물 패키지가 나오지 않아 소장할 방도가 없습니다. 스팀 라이브러리는 차용일 뿐 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입장이라 선뜻 구매가 어렵네요. 만약 콜렉터즈 에디션으로 패키지를 출시한다면 그때는 바로 지르겠습니다. 음향을 LP로 담아낸 한정판 같은 거요. 개발사에서 고려해주길 바랍니다.

anfskfk8월 10일 AM 10:30

@소장파패키지러윗분 댓글 보고 한참 웃었네요 허허. LP 한정판 나오면 저도 솔직히 좀 탐나긴 합니다. 저는 그냥 스팀으로 샀는데 무전기 잡음 연출 들으면서 엄청 재밌게 하고 있어요!

x달빛검객x8월 8일 PM 03:23

정가 2만 1천 8백원에 플탐이 얼마나 되나요? 장르 보니깐 걷는 게 메인인디 길 찾는 데 시간만 버리믄 영 아까울 거 같습니다. 할인 기다렸다가 친구랑 같이 사쇼잉.

신림동태호8월 8일 PM 01:20

강제 파티 게임이라니. 혼자 밥 먹듯이 게임하는 내 인생이 레이드 보스보다 어렵다.

3교대탈출희망8월 6일 PM 11:48

퇴근하고 새벽 1시에 친구랑 2시간 달렸는데... 머리에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니 힐링 되더라. 근데 길 잃는 건 진심 빡침. 혼자면 접었을 듯. 그래도 음성 채팅 거리감은 신기해서 졸리다가도 깼음 ㅎㅎ

fever8월 6일 PM 08:13

이걸 2만 1천 8백원 주고 사라고? 걷기 시뮬에 친구 강제면 반값이라도 할인 세게 때려야 딱이지. 험블번들 나오면 거기서 사셈.

qhdud8월 6일 PM 07:22

음성 채팅 거리감 연출은 좀 신박하긴 한데 그거 빼면 평범한 걷기 시뮬레이터 아님? 2만 1천 8백원 내고 친구랑 둘이서 그냥 걷기만 하라는 게 말이 되나 싶어ㅋㅋ 예전에 하던 'Everybody's Gone to the Rapture' 생각나는데 그건 분위기라도 좋았지 이건 뭐 그냥 들판에 던져놓고 알아서 걸어라 수준인듯 ㅋㅋ

z폭풍기사z8월 6일 PM 11:17

@qhdud근데 친구 꼭 있어야 한대서 좀 고민되네요 ㅋㅋ 혼자 조용히 걷는 건 영 별로일까요?? 친구가 오늘 야근이라 아직 같이 못 켜봤는데 혼자선 진짜 할 만한 게 없는지 궁금합니다 ㅠㅠ

새벽달빛8월 8일 PM 03:23

@qhdudqhdud 님 저도 처음에 그냥 산책겜인 줄 알았거든요 ㅋㅋ 근데 멀리 떨어지면 목소리 안 들려서 무전기 켜야 되고 가까이선 손짓 발짓으로 퍼즐 푸는 게 은근 꿀잼이에요 혼자 하면 길 헤매다 백퍼 현타 오니까 무조건 친구 멱살 잡고 같이 달리세요

물올려놨다8월 6일 AM 08:15

친구랑 같이 하면 재밌을 거 같긴 한데 혼자 하면 1시간도 못 버틸 듯 ㅎㅎ 안내 표식 없으면 저는 진짜 답답해 죽을 거 같아서 패스 안내 표식이 거의 없다는 점은 좀 아쉽네요 ㅠㅠ 그래도 음향 시스템이 좋다고 하니까 다른 게임 기대해봅니다 ㅎㅎ

강릉사는민석8월 5일 PM 10:08

아이고 무전기랑 레이저 포인터가 있다는 말 들으니 더 궁금해지네요. 저는 아직 못 해봤는데, 게임 초반에 바로 쓸 수 있는 도구인가요?? 그리고 필드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다들 어떻게 하셨는지 알려주이소!

보온병038월 6일 AM 05:45

@강릉사는민석강릉사는민석 님, 거시기 초반에 바로 줍습니다. 무전기는 길가에 떨어져 있고 레이저 포인터는 첫 번째 광장 벤치 위에 놓여 있어요. 길 잃는 건... 참말로 저도 헤맸는디, 그래도 친구랑 같이 가니까 오히려 그게 재미있더라고예. 트레일러 볼 때는 '에이 걷기만 하면 재미없겠다' 싶었는데,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다만 예약구매 해놓고 하니까 뭔가 허탈하기도 하고 허허.

찹쌀꽈배기8월 6일 PM 03:51

@보온병03물올려놨다 님, 허허 그러게 말이오! 저는 오히려 그런 점이 마음에 들어서 샀습니다. 길을 잃어도 친구랑 실실 웃으면서 다니는 게 이 게임의 묘미가 아닐까 싶네요. 음성 채팅으로 멀어질수록 소리가 줄어드는 거랑 무전기로 떠드는 연출은 참으로 대단합니다. LP판으로 듣고 싶은 음악이 나오는 건 아니지만 배경음도 나쁘지 않아요 껄껄!

찹쌀꽈배기8월 7일 PM 09:51

@보온병03보온병03 님 허허 저랑 똑같구만요! 길 잃는 게 재미라니 이 게임이 정말 대단하긴 합니다 껄껄! 무전기 처음 주웠을 때 '이걸로 어떻게 떠들지?' 했는데 진짜 멀어질수록 잡음 끼는 연출이 LP판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훌륭하더이다. 음악도 나쁘지 않고요! 아직 퍼즐은 몇 개 못 풀었지만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험이었습니다 껄껄!

소장파패키지러8월 5일 PM 05:44

리뷰 잘 보았습니다. 게임의 콘셉트는 참신하고 좋네요. 그러나 저는 실물 패키지가 없으면 구매 의욕이 떨어집니다. 스팀 코드는 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정발 패키지가 나온다면 그때 고려해보겠습니다.

스폰지밥뒤집개8월 6일 AM 07:24

@소장파패키지러소장파패키지러님, 저도 패키지 좋아하긴 하는데 요즘은 디지털만 나오는 게 많음. 디럭스 에디션 같은 거 없음? 음성 채팅 거리감이 진짜 신기하다길래 저도 사볼까 고민 중임. 근데 친구가 없어서 혼자 할까 걱정됨.

rudgns8월 5일 PM 01:58

음성 채팅으로 거리감 느껴지는 건 진짜 신선하네요. 근데 표식이 거의 없어서 길 헤매는 건 확실히 취향 탈 듯. 친구 없으면 시작도 못 하겠고 ㅋㅋ 리뷰 보니까 딱 제가 느낀 그대로 적혀 있네요.

유치원원장샘8월 5일 PM 01:10

어제 친구랑 밤새 달렸습니다. 첫인상은 '아, 그냥 걷기만 하나?' 싶었는데 음성 채팅이 거리감을 반영해서 멀어질수록 목소리가 작아지는 연출이 아주 섬세하더군요. 무전기로 떠들면서 퍼즐 푸는 재미도 쏠쏠하고. 다만 표지판이 전혀 없어서 한참을 헤맨 구간도 있었어요. 그래도 그게 오히려 친구랑 실실 웃게 만드는 포인트가 된듯. 혼자 하면 분명 재미없을 테니까 친구 있는 분들만 추천합니다. 저는 일단 만족 중인데 좀 더 해보고 생각해볼게요.

짱구외할머니8월 6일 PM 07:25

@유치원원장샘유치원원장샘 님 말씀 듣고 저도 친구랑 달렸는디요, 아따 진짜 길 잃을 때마다 친구랑 서로 '어디여 여기 맞나' 하면서 웃음 펑펑 터졌습니다. 근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캐릭터들끼리 대사나 스토리가 좀 빈약한 거 같아요. 가끔은 걷다 보면 왜 이 길을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허전한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풍경은 예쁘고 소소한 상호작용은 사랑스러워서 눈물 찔끔 나올 정도로 감동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