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대시를 버리고 묵직하게 밟는 조작감
패드를 쥐고 첫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동 감각이 완전히 달라졌음을 체감했다. 전작 이터널에서 끊임없이 허공을 날아다니며 쿨타임마다 대시를 욱여넣던 가벼운 기동성은 온데간데없고 발바닥이 돌바닥에 쩍쩍 달라붙는 무게감이 손목으로 전해진다. 선회 속도나 점프 높이도 눈에 띄게 낮아져서 옛날 클래식 둠처럼 땅을 딛고 좌우로 미끄러지듯 움직여야 한다. 이 둔중한 감각은 처음엔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적의 공격 궤적을 눈으로 좇으며 축을 잡기에는 훨씬 편하다.
정신없이 내달리며 악마를 찢어발기던 속도전 대신 한 박자씩 끊어 치는 묵직한 조작계가 자리를 잡았다. 공중에서 허우적거리다 낙사하거나 시점이 핑핑 돌아 손가락이 꼬이던 피로감이 줄어든 대신, 적의 투사체를 스텝으로 비껴내고 정면에서 받아쳐야 하는 압박감이 빈틈없이 들어찬다. 조작이 무거워졌다고 해서 굼뜬 것은 아니며 키를 누르는 즉시 반응하는 조작감은 여전히 날카롭다.

방패 톱이 만들어낸 빡빡한 판정의 합
이번 전투의 중심축은 단연 방패 톱이다. 테두리에 전기톱날이 회전하는 이 방패는 날아오는 탄환만 가리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적의 공격 타이밍에 맞춰 가드를 올렸을 때 정면 공격을 튕겨내는 패링 병기로 작동한다. 히트박스 판정이 제법 정밀해서 악마가 팔을 내지르거나 둔기를 내리꽂는 순간보다 반 박자만 늦어도 가드가 털리며 피격 판정이 뜬다. 프롬 게임의 패링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방패를 올렸을 때 불꽃이 튀며 악마의 자세가 무너지는 찰나의 손맛에 금방 빠져든다.
가드 판정에 성공하면 곧바로 후딜레이 없이 샷건을 쑤셔 넣거나 방패 톱을 전방으로 던져 원거리의 악마를 갈아버릴 수 있다. 투사체를 튕겨낼 때의 판정 윈도우는 꽤 넉넉하지만 근접 난전에서 여러 마리가 동시다발로 휘두르는 연타를 전부 쳐내기는 어렵다. 가드 후딜레이가 짧지 않아서 한 번 빗나가면 그대로 체력이 깎여 나가므로, 무지성으로 가드 버튼을 연타했다간 곧바로 죽기 십상이다.

슈퍼 샷건의 반동과 60프레임 방어
무기 라인업의 상징인 슈퍼 샷건은 여전히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발사 버튼을 눌렀을 때 화면 전체가 덜컹거리는 강력한 반동과 함께 전방의 임프와 하급 악마들이 말 그대로 분쇄된다. 거친 중세풍 갑주를 두른 대형 악마들에게도 영거리 사격을 꽂아 넣으면 휘청거리는 경직이 뚜렷하게 걸린다. 타격 판정이 눈먼 산탄 형태로 흩어지지 않고 탄착군이 조밀하게 박혀서 조준점을 정확히 맞췄을 때의 피드백이 확실하다.
최신 idTech 엔진으로 구현된 전장은 황폐한 성벽과 거친 숲을 배경으로 삼아 전작들의 네온 SF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른 질감을 낸다. 화면에 수십 마리의 잡몹과 투사체가 난무하는 난전 구간에서도 60프레임을 흔들림 없이 방어해 낸다. 그래픽 밀도가 높아졌음에도 프레임 드랍으로 인한 판정 씹힘이나 조작 지연이 발생하지 않아 패링 타이밍을 잡을 때 불합리함을 느끼기 어렵다.

중세 지옥의 스케일과 한국어 인터페이스
한국 스토어 가격은 54,300원으로 책정되어 최근 치솟는 대작 패키지 가격대 사이에서는 꽤 합리적인 편이다. 한국어 지원은 자막과 인터페이스 번역이 깔끔하게 적용되어 있어 게임 내 무기 설명이나 수집 요소, 시네마틱 대사를 읽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음성은 한국어가 지원되지 않지만 거친 악마의 포효와 둔탁한 금속음이 공간을 가득 채우기 때문에 음성 미지원이 액션의 몰입을 해치지는 않는다.
다만 광대한 전장과 고대 유적을 탐색하는 구간의 호흡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전작들의 촘촘한 퍼즐형 아레나 구조에 익숙했던 유저라면 성벽 사이를 헤매며 길을 찾는 과정이 다소 늘어진다고 느낄 여지가 있다. 비밀 요소나 챌린지를 찾기 위해 맵 구석구석을 뒤지는 과정보다 당장 눈앞의 악마를 부수고 싶은 액션 중심 플레이어에게는 맵의 넓이가 공백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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