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감기는 이동기와 미끄러지는 타격감
게임을 켜고 연습장에서 캐릭터들을 하나씩 굴려보자마자 손끝에 닿는 조작감부터 살폈다. 기본 이동과 대시, 스킬 연계 반응 속도는 꽤 기민하게 잡혀 있다. 스파이더맨으로 웹 스윙을 타며 허공을 가르거나 블랙 팬서로 적의 빈틈을 파고들 때 느껴지는 질주감은 액션 게이머 입장에서 꽤 매력적이다. 입력이 밀리거나 굼뜨게 씹히는 느낌 없이 원하는 방향으로 즉각 몸을 튼다.
문제는 상대를 때릴 때의 손맛이다. 원거리 투사체나 광선 공격은 궤적이 뚜렷해서 납득이 가는데, 근접 공격 위주의 캐릭터들은 칼 같은 타격감이 부족하다. 주먹이나 칼날을 휘둘렀을 때 상대 몸에 묵직하게 걸리는 느낌보다는 종이 인형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헐거운 감각이 남는다. 피격음도 다소 가벼워서 내가 제대로 유효타를 꽂아 넣었는지 화면 중앙 크로스헤어 반응에만 의존하게 된다.

헐거운 피격 판정과 혼잡한 히트박스
판정 면에서는 불만이 제법 쌓인다.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영웅들이 한 화면에 뒤엉키다 보니 히트박스가 정밀하다는 인상을 주지 못한다. 분명 벽 뒤로 몸을 완전히 숨겼다고 생각한 순간에 원거리 판정이 꺾여 들어와 피해를 입거나 공중에서 회피 기동을 쳤는데도 피격 판정이 뒤늦게 따라붙어 끌려가는 상황이 잦다.
매직이나 블랙 팬서 같은 근접 위주 챔피언으로 진입했을 때 이 모호한 판정은 더 뼈아프게 다가온다. 상대 후딜레이를 노리고 파고들어도 적의 평타 범위가 생각보다 둥글고 넓게 잡혀 있어 동귀어진하기 일쑤다. 정밀한 회피 타이밍으로 적의 핵심 스킬을 흘려내는 쾌감보다는 난전 속에서 스킬 범위를 넓게 깔아 뭉개는 쪽이 훨씬 유효하게 먹힌다. 액션의 합을 맞추는 맛을 기대했다면 실망하기 쉽다.

무너지는 지형과 개성 있는 팀업 스킬
아스가르드나 2099년 도쿄 같은 전장에서 건물이 부서지고 엄폐물이 실시간으로 박살 나는 환경 기믹은 전투를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헐크나 매그니토 같은 묵직한 영웅들이 지형지물을 통째로 들어 올리거나 기둥을 무너뜨려 사선을 차단할 때 생기는 변수가 상당하다. 고지대를 잡고 쏘아대는 저격수를 상대로 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대신 기둥을 통째로 부숴버리는 선택지가 열려 있어 공방 템포가 빠르다.
원작 설정을 살린 팀업 스킬도 단순한 팬서비스에 그치지 않고 실전성이 높다. 그루트 등에 올라탄 로켓 라쿤이 화망을 쏟아붓거나 헐크의 감마 에너지를 받아 화력을 증폭하는 아이언맨처럼, 조합을 맞췄을 때 뿜어져 나오는 위력이 뚜렷하다. 아군과의 합이 맞물려 전선을 밀어낼 때의 쾌감은 확실히 이 게임이 지닌 가장 큰 무기다.

무료 진입 장벽과 한국어 지원의 아쉬움
스팀에서 무료로 배포된 만큼 금전적인 진입 장벽은 아예 없다. 기본 로스터로 풀린 캐릭터 가짓수도 제법 넉넉해서 어벤져스나 엑스맨 진영의 간판 캐릭터들을 별다른 해금 과정 없이 바로 골라잡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매칭 속도도 지체 없이 잡히는 편이라 가볍게 한두 판 돌리기 좋다.
다만 한국어 지원 구성에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텍스트와 인터페이스는 한국어가 깔끔하게 적용돼 있어 스킬 설명이나 설정을 읽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한국어 음성은 빠져 있다. 난전 중에 캐릭터들이 다급하게 내뱉는 음성 대사나 스킬 발동 신호가 영어로만 흘러나오다 보니, 시각 정보가 극도로 어지러운 상황에서 청각적인 즉각 대응이 반 박자씩 늦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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