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칼질에서 드러나는 둔탁한 조작 반응
게임을 켜고 조작키를 잡자마자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부터 살폈다. 칼을 휘두르고 멈추는 동작 사이에 미세하게 걸리는 딜레이가 느껴진다. 칼, 창, 쌍검 같은 다양한 병기를 교체해가며 휘둘러봐도 기본 조작의 둔탁함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태극권이나 사자후 같은 기예를 섞을 때 연출 자체는 그럴듯하게 이어진다. 다만 내가 입력한 조작이 즉각 공격이나 회피로 이어지는 직관적인 반응성과는 거리가 있다. 선입력이 꼬이거나 후딜레이 도중 회피 캔슬이 매끄럽게 물리지 않는 순간이 잦다.

칼날 끝이 비껴가는 헐거운 피격 판정
액션 게임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역시 히트박스와 판정이다. 보스급 적이 휘두르는 큰 궤적의 공격을 타이밍 맞춰 굴러서 피하려 할 때 판정 기준이 모호하다. 분명히 무기 궤적에서 벗어났는데 피격 판정이 뜨거나, 반대로 적의 몸체에 파고들어 칼을 꽂아도 타격음 없이 허공을 가르는 현상이 반복된다.
우산이나 승표, 활 같은 원거리와 변칙 병기를 섞어 쓸 때는 이 헐거운 판정이 더 도드라진다. 적의 공격 궤적과 내 캐릭터의 충돌 범위가 정확히 맞물려 돌아가지 않으니, 정밀한 공방보다는 판정 범위 밖으로 넉넉하게 물러서는 식의 안전한 플레이만 반복하게 된다.

무료 오픈월드의 방대함과 뼈대 있는 콘텐츠
전투의 정밀함은 아쉽지만 오픈월드 구성 자체는 제법 공을 들였다. 심리스로 이어지는 거대한 강호를 돌아다니며 지하 묘실을 뒤지거나 마을에서 경공으로 지붕을 넘나드는 탐험은 무료 게임치고는 분량이 상당하다.
과금 체계가 외관 아이템 위주로 묶여 있어 플레이 도중 결제 압박을 받지 않는다는 점도 확실한 장점이다. 싱글 모드로 혼자 서사를 밀거나 최대 4명이 모여 다인 던전을 도는 흐름도 막힘없이 이어진다. 한국 스토어 판매 순위 11위에 오른 배경에는 이런 넉넉한 볼륨과 진입 장벽 없는 가격이 한몫했다.

몰입을 깨는 한국어 번역과 시스템
한국어 지원은 자막과 인터페이스만 제공되며 음성은 지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자막 번역이다. 무협 장르 특유의 고유 명사를 직역에 가깝게 풀어헤쳐 놓아 대사와 무공 설명을 읽을 때마다 몰입이 뚝뚝 끊긴다.
항룡십팔장 같은 익숙한 초식이 어색한 풀이말로 적혀 있는 식이라 무협의 맛을 기대하고 들어온 플레이어라면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탐험과 제작, 다인 레이드까지 판은 크게 벌려 놓았으나, 조작감과 번역의 마감이 거칠어 액션 RPG로서의 밀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댓글 1
추천순최신순리뷰에서 언급된 히트박스 문제, 사실 튜토리얼 단계부터 느껴짐. 첫 번째 전투 연습에서 회피 타이밍이 손에 안 익는 게 단순 적응 문제인지 판정 프레임 자체가 넉넉하지 않아서인지 헷갈렸음. 근데 30종 기예까지 공짜로 다 퍼주던데 대체 뭘로 돈 벌 생각인지 모르겠네. 과금 유도도 딱히 없던데 나중에 스킨 같은 거라도 팔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