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기생체와 주사위 굴림
우주선 같은 곳에서 깨어나 눈에 외계 유충이 들어가는 장면부터 이야기가 뻗어나간다. 던전 앤 드래곤 룰을 바탕으로 11개 종족과 12개 직업 중 하나를 골라 시작할 수 있고 이미 정해진 배경을 지닌 일곱 명의 오리진 캐릭터나 어두운 충동으로 파고들 수도 있다. 66,000원이라는 정가가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초반부터 선택지의 가짓수가 쏟아진다.
자막과 인터페이스 한국어를 지원해 복잡한 룰북 용어를 읽는 데 큰 무리가 없다. 한국어 음성은 빠져 있지만 영문 성우들의 연기 톤이 워낙 뚜렷해서 대화창을 넘기는 맛이 산다. 설득이나 협박을 고를 때마다 화면에 뜨는 20면체 주사위는 실패해도 게임 오버가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이야기를 비틀어 버린다.

노동 없는 탐험, 밀도 높은 필드
퇴근하고 켜는 게임에서 잡몹 수십 마리 잡고 풀뿌리 캐는 반복 노동을 제일 싫어한다. 발더스 게이트 3에는 그런 의미 없는 시간 채우기가 없다. 길가에 놓인 상자 하나, 지나가는 다람쥐 한 마리까지 저마다 쓰임새가 있다.
절벽 아래가 궁금하면 도약 주문을 쓰거나 깃털 낙하로 뛰어내리면 되고 굳게 닫힌 문은 열쇠를 찾지 않고 폭약통을 던져 부숴도 된다. 언더다크의 마법 동굴로 내려가는 길목마다 숨겨진 통로와 장치가 빽빽하게 얽혀 있어서 맵을 구석구석 뒤지는 일 자체가 피로하지 않다.

밀치고 던지는 턴제 전술
전투는 턴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순히 공격 버튼을 누르고 수치 싸움을 벌이는 구조가 아니다. 바닥에 흐르는 물에 전격 마법을 꽂아 감전시키거나, 기름을 붓고 불화살을 날려 화염 지대를 만드는 물리적 연계가 기본으로 깔려 있다.
적을 절벽 밑으로 밀쳐서 한 방에 낙사시킬 때의 쾌감이 상당하다. 불리한 위치에서 시작해도 고지대를 점령하고 상자를 쌓아 벽을 치면 판세가 뒤집힌다. 자원이 부족하면 야영지에서 긴 휴식을 취해야 해서 스펠 슬롯과 행동력을 매 턴 계산해 쓰는 실용적인 재미가 확실하다.

취향을 타는 복잡함
다만 진입 장벽은 분명히 높다. D&D 룰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주문 슬롯 체계나 집중 메커니즘, 명중 굴림의 보정치 계산이 벽처럼 느껴질 수 있다. 카메라 시점을 위아래로 돌리며 고저차를 확인할 때 시야가 가끔 벽에 걸리는 점도 손이 간다.
동료들과 나누는 대화나 동행 과정에서 빚어지는 갈등도 가볍지 않다. 호감도를 관리하고 파티를 조율하는 과정이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지만 그 복잡함을 뚫고 계획대로 상황이 풀렸을 때 오는 성취감은 근래 접한 롤플레잉 게임 중에서 단연 손에 꼽힌다.






댓글 19
추천순최신순★ 베스트 댓글
얼리 액세스 때부터 봤는데 결국 출시했네 ㅋㅋ 맵 구성은 인정함. 근데 최적화나 버그는 겪어봐야 아는 거라 일단 지켜봄 ㅋㅋ
저도 이번에 시작했는데 맵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거 재밌네요. 캐릭터들 상호작용도 세심해서 놀랐어요. 앞으로 모험 기대되네요.
카메라 불편함은 저도 플레이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실내에서 천장 뜯어내고 각도 잡는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더군요. 패치로 개선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세이브 관련 팁 감사합니다.
실내 들어가면 카메라 시점 걸리는 거 은근 거슬리긴 하더라 ㅋㅋ 그래도 지형 타면서 싸우는 턴제 전투 손맛은 진짜 지림. D&D 룰 전혀 모르면 초반에 스탯 망쳐서 고생 좀 하겠는데 이 정도면 만듦새 훌륭한 듯
허허... 액트 2 진입 컷신 보소 가슴이 웅장해지네 껄껄! 배경음악도 LP로 듣고 싶다 진짜 ㅠㅠ
액트 1 보스전에서 빌드 꼬이면 진짜 답 없던데 패치로 밸런스 잡힌 건지 궁금하네요. 리뷰엔 맵 밀도 높다던데 초반 필드에서 텍스처 팝인 이슈 몇 번 봤습니다. 스펙 찍을 때 멀티클래스 고려 안 하면 후반에 힘 빠지는 거 체감 큽니다. 카메라야 뭐 엔진 특성이라 패치로 고쳐지려나 모르겠네. 그래도 세이브 아무 때나 되게 풀어둔 건 제작진이 신경 쓴 티 나네요.
저도 이번에 시작했는데 맵 구석구석 돌아다니는 거 재밌네요. 캐릭터들 상호작용도 세심해서 놀랐어요. 앞으로 모험 기대되네요.
전투 쫄깃하고 재밌음 ㅋㅋ
얼리 액세스 때부터 봤는데 결국 출시했네 ㅋㅋ 맵 구성은 인정함. 근데 최적화나 버그는 겪어봐야 아는 거라 일단 지켜봄 ㅋㅋ
맵도 빽빽하고 지형 써먹으면서 싸우는 맛이 아주 쏠쏠합니다. 복층이나 높은 곳 잡고 싸우니까 같은 전투도 풀어나가는 방식이 확 달라지더군요. 다만 D&D 룰을 모르면 초반에 스펙 관리가 어려워서 피로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만 적응하면 올해 즐길 만한 RPG로 충분합니다.
리뷰 내용만 보면 게임 자체는 확실히 잘 만든 작품 같습니다. 그런데 스팀판만 있고 패키지 소식이 전혀 없어서 소장파로서는 구미가 당기지 않네요. 아트북이나 스틸북 포함 한정판이 나온다면 즉시 지를 텐데, 참 아쉬운 일입니다.
@소장파패키지러패키지 소식이 없는 점은 정말 아쉽다. 실물 굿즈를 소장하는 재미가 분명히 있는데 말이다. 그래도 게임 자체의 밀도는 충분히 값을 한다고 생각한다.
택티션 난이도 솔플 3일 차 액트 2 진입. 딜찍누 안 되면 손가락 탓임.
@포로리도토리허허 3일 차면 속도가 엄청나시네요! 전투 연출 보면서 가슴이 웅장해졌습니다 껄껄! 배경음악도 좋아서 LP로 듣고 싶은 기분이에요 허허.
턴제 전투 깊이는 진짜 인정하는데 실내만 들어가면 카메라 시점 돌아가는 게 확 거슬리네... 룰 모르면 초반에 능력치 대충 찍었다가 몹한테 털리기 십상임. 그래도 시스템 슬슬 손에 익으니까 리뷰처럼 맵 퍼즐 맞추는 느낌 확 살아남.
@rudgns카메라 꼬라지 진짜 개답답함. 실내 들어갈 때마다 시점 휙휙 돌아가서 어지러워 뒤지겠네. UI는 좀 덜 다듬어진 느낌이라 아쉽네. 시스템은 괜찮은데 이런 사소한 퀄리티가 몰입 다 깨먹음.
@다람쥐89그거 카메라 불편한 거 패치로 고쳐진다 카더라만 내 생각에예 엔진 단에서 손봐야 될 문제인 듯한데예. 실내에서 천장 날리고 시점 돌리는 거 매번 하니까 손가락 아프던데 ㅋㅋ 맵 밀도 높은 건 인정하지만 최적화 이슈는 겪어봐야 안다 아입니까. 스팀 리뷰만 믿고 샀다간 후회할 수도 있거든예.
허허... 요즘 게임들은 화려하고 빠른데 이건 턴제라서 그런지 옛날 생각이 절로 나네. 저는 오히려 천천히 계산해 가는 전투가 그리웠습니다. 다만 D&D 룰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같이 시작하기엔 힘들어 보이네요... 허허 껄껄.
세이브는 아무 때나 되고 전투 중에도 가능함. 대신 처음 캐릭터 만들 때 능력치 제대로 안 짜면 초반에 개고생한다. 나는 룰북이랑 공략 보면서 시작했는데 리뷰 말대로 그 고비만 넘기면 맵 전체가 퍼즐처럼 보이기 시작함. 카메라 불편한 건 팩트고.
@사와디캅카메라 불편함은 저도 플레이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입니다. 실내에서 천장 뜯어내고 각도 잡는 과정이 생각보다 번거롭더군요. 패치로 개선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세이브 관련 팁 감사합니다.
허허, 이 나이에 D&D 규칙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리뷰에 맵을 헤매지 않는다는 말이 있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저는 반복 노가다가 제일 힘든데 구석구석 찾을 맛이 난다니 좋네요. 허허, 젊은 분들이 이렇게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걸 보니 저도 한번 용기 내서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껄껄.
@morning걱정 마요 여기 노가다 없음. 나 D&D 룰 아예 처음인데 공략 살짝 보면서 하니까 할 만함. 캐릭터 능력치만 제대로 찍으면 맵 전체가 퍼즐 되는 게임임 ㄹㅇ. 한번 도전해보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