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 어드벤처 · RPG

페르소나3 리로드

페르소나3 리로드, 세련된 외형으로 덜어낸 원작의 묵은 피로. 원작의 뼈대를 고스란히 살리면서 불편한 조작과 낡은 만듦새를 걷어내 긴 호흡의 일상을 한결 쾌적하게 다듬었다.

커피식었다 · 2024년 2월 9일 · PC(스팀)로 62시간 플레이

군더더기 없이 매끄러워진 조작과 화면

스팀에 올라온 가격표를 보고 잠시 멈칫했다. 69,800원이라는 정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이미 십수 년 전에 끝을 본 이야기를 다시 붙잡는 일이라 시작 전에는 망설임이 컸다. 하지만 게임을 켜고 월광관 고등학교 기숙사에 들어서는 순간 눈에 들어오는 완성도 덕에 망설임이 가셨다. 4K 해상도와 초당 60프레임을 기본으로 받쳐주니 화면 전환이 부드럽고 캐릭터들의 움직임도 자연스럽다.

메뉴 화면부터 전투 돌입까지 이어지는 인터페이스 연출은 감각적이면서도 빠르다. 버튼을 누를 때마다 늘어지는 반응 없이 즉각 창이 열린다. 자막은 한국어를 깔끔하게 지원해서 몰입에 방해가 없다. 비록 한국어 음성은 빠졌지만 원작 성우진의 연기가 빈자리를 메운다. 전반적으로 조작 동선이 쾌적하게 정돈되어 손이 편하다.

해상도와 프레임이 대폭 개선되어 깔끔해진 필드 그래픽
해상도와 프레임이 대폭 개선되어 깔끔해진 필드 그래픽

단조로운 탑 오르기를 버티게 만드는 전투 호흡

이 게임의 던전인 타르타로스는 구조상 끝없는 층계식 반복 파밍에 가깝다. 같은 배경과 비슷한 통로를 수십 층씩 오르는 과정은 자칫 지독한 지루함을 부르기 십상이다. 이번 작 역시 그 뼈대 자체를 통째로 갈아엎지는 못했다. 70층 부근을 넘어가면서 층 구조의 기계적인 반복이 손에 익을 때쯤이면 하품이 나오는 순간이 분명 찾아온다.

다만 전투 템포가 대단히 빨라져서 그 둔탁한 피로를 상당 부분 덜어낸다. 약점을 찌르고 곧바로 추가 공격으로 이어가는 흐름이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다. 아군에게 행동 기회를 넘기는 시스템 덕분에 전략을 짜서 적을 한 턴에 쓸어 담는 맛이 좋다. 단순한 층계 반복이라도 한 판 한 판의 전투가 순식간에 정리되니 시간을 억지로 뺏긴다는 불쾌함은 덜하다.

약점을 공략해 단번에 적을 제압하는 빠른 템포의 전투
약점을 공략해 단번에 적을 제압하는 빠른 템포의 전투

추가 에피소드로 메운 동료들의 빈틈

낮 시간의 학교생활과 방과 후 일상은 여전히 촘촘한 시간표 관리를 요구한다. 누구와 시간을 보내고 어떤 능력치를 올릴지 저울질하는 과정이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해 준다. 여기에 새로 들어간 남성 동료들과의 사이드 에피소드가 꽤 쏠쏠한 재미를 준다. 과거 원작에서는 다소 서사가 겉돌던 인물들이 일상 대화를 거치며 특별과외활동부 안에서 제자리를 찾아간다.

음성이 추가된 대화 장면도 많아져서 이야기를 따라가는 맛이 좋다. 오프닝을 비롯해 새로 제작된 애니메이션들도 튀지 않고 극 중에 잘 녹아들었다. 하루하루 캘린더를 넘기며 시험을 준비하고 동료들과 시간을 쪼개 쓰는 일련의 루틴은 여전히 사람을 붙잡아두는 힘이 강하다.

동료들과의 교류와 일상을 담아낸 이벤트 연출
동료들과의 교류와 일상을 담아낸 이벤트 연출

익숙한 단점마저 품고 가는 충실한 복각

원작의 틀을 지나치게 건드리지 않으려다 보니 고유의 구조적 한계도 안고 간다. 타르타로스를 오르내리는 반복 파밍 구조는 편의성을 아무리 덧발라도 근본적으로 노동에 가깝다. 후반부로 갈수록 전투 연출의 화려함도 눈에 익어 던전 공략 날에는 피로감이 서서히 밀려온다. 플레이 타임을 길게 뽑아내기 위해 던전을 여러 층으로 쪼개둔 옛날식 설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60시간 넘게 패드를 붙잡을 수 있었던 바탕에는 정갈해진 만듦새가 있다. 불필요하게 늘어지던 잔로딩을 쳐내고 인터페이스와 조작감을 쾌적하게 갈아엎었다. 구작을 기억하는 사람에게는 말끔해진 추억의 복원이고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춘 괜찮은 턴제 RPG다. 69,800원이라는 가격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완성도는 충분히 갖췄다.

관련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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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 댓글

유치원원장샘2월 10일 AM 01:20

UI 디자인이 깔끔해서 첫인상은 진짜 최고였어요. 현대적으로 잘 다듬어진 느낌이라 예전보다 훨씬 보기 좋더군요. 하지만 플레이할수록 타르타로스 구조가 여전히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기대가 컸던 만큼 후반부에는 좀 지루해지는 편입니다. 취향 차이인 것 같네요.

4090풀옵션2월 9일 PM 06:39

(5800X3D, RTX 4090, 32GB) 4K 풀옵션에 DLSS 퀄리티 모드로 했는데도 타르타로스 어느 층에서 1% 하위가 40프레임 찍는 거 실화냐? 최적화가 전혀 안 되어 있음. 그래픽은 옛날 감성 살리려고 했는지 텍스처 부실하고 폰트도 뭔가 저렴해 보여. 리뷰 평 8.8? 7.5도 아깝다 이건.

집에보내주라2월 10일 PM 01:06

타르타로스 뺑뺑이 때문에 원작 때 진짜 토할 뻔했는데 전투 빨라지고 편해졌다니 다행이네요. 바로 사러 갑니다.

호박8호2월 9일 PM 02:27

타르타로스 반복이 감자 캐기랑 판박이여 허허. 그래도 전투가 확실히 빨라져서 예전처럼 허리 아프진 않습니다. 농사로 치면 손으로 따다가 고추 수확기 달아준 격이라 훨씬 편해졌어요. 근데 요새 애들은 이 고구마 줄기 같은 던전을 어떻게 참나 싶기도 하고. 아무튼 사놓고 후회는 없는 겜입니다.

오늘도집에못감2월 10일 AM 12:50

@호박8호타르타로스 효율 좋게 밀려면 층마다 자원 분배 어떻게 함??? 엠피 관리 빡세던데 다들 그냥 층 이동하면서 씀??? 아껴서 올라가면 보스전에서 스킬 모자라지 않음???

커피식었다2월 13일 PM 09:32

@오늘도집에못감타르타로스에서는 평소에 물리 공격 위주로 진행하고 SP는 보스전을 위해 비축하는 게 좋다. 중간에 걸린 회복 아이템을 놓치지 말고 챙기면 생각보다 부족하지 않다. 층 이동할 때는 적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쪽이 SP 관리에 유리하다.

anfskfk2월 9일 PM 03:23

허허 저도 그 고구마 줄기 던전 찬성 한표 던집니다요. 원작 때부터 저 층계 반복은 취향 타는 게 맞는 것 같애요. 그래도 조작감이랑 편의 기능 확 좋아진 건 칭찬할 만하네. 저는 카드 게임 하면서 명상하다 와서 그런가 타르타로스 도는 게 오히려 힐링입니다요... 원두는 볶아도 던전은 안 볶이는구먼 허허.

4090풀옵션2월 9일 PM 06:39

(5800X3D, RTX 4090, 32GB) 4K 풀옵션에 DLSS 퀄리티 모드로 했는데도 타르타로스 어느 층에서 1% 하위가 40프레임 찍는 거 실화냐? 최적화가 전혀 안 되어 있음. 그래픽은 옛날 감성 살리려고 했는지 텍스처 부실하고 폰트도 뭔가 저렴해 보여. 리뷰 평 8.8? 7.5도 아깝다 이건.

wallet2월 10일 AM 11:49

@4090풀옵션풀옵션으로 돌리는데 프레임 드랍 없이 부드럽게 잘만 돌아가는디예? 렉 걸리는 거는 시스템 쪽 문제 아녔는교? 드라이버 재설치 함 해보이소.

밤샘확정2월 9일 PM 11:47

타르타로스 뺑뺑이 돌 시간 없으면 애초에 이런 장르를 안 하는 게 맞지 않나.

찹쌀꽈배기2월 10일 AM 12:49

허허... 전투 컷신 연출 진짜 눈물 나게 멋지네 껄껄! 사운드트랙 너무 좋아서 LP판으로 듣고 싶을 정도라니까!

달빛검투사2월 10일 PM 05:07

@찹쌀꽈배기오 콜드커피님 글 잘 읽었어요! 저도 사운드트랙 들으면서 소름 돋았는데 다들 어떤 곡이 제일 좋으셨나요? 전 원작 곡들 어레인지된 거 듣는데 눈물 찔끔 났네요.

유치원원장샘2월 10일 AM 01:20

UI 디자인이 깔끔해서 첫인상은 진짜 최고였어요. 현대적으로 잘 다듬어진 느낌이라 예전보다 훨씬 보기 좋더군요. 하지만 플레이할수록 타르타로스 구조가 여전히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네요. 기대가 컸던 만큼 후반부에는 좀 지루해지는 편입니다. 취향 차이인 것 같네요.

단호박죽2월 10일 AM 07:21

ㅋㅋ 편해져서 좋다

강릉사는민석2월 10일 AM 08:51

에고 저도 타르타로스 도는 중인데… 엠피 관리가 너무 빡세서 자꾸 포기하게 되네요. 혹시 효율적인 동선 같은 거 아시는 분?? 팁 좀 알려주세요ㅜ

집에보내주라2월 10일 PM 01:06

타르타로스 뺑뺑이 때문에 원작 때 진짜 토할 뻔했는데 전투 빨라지고 편해졌다니 다행이네요. 바로 사러 갑니다.

포로리도토리2월 10일 PM 06:01

하드 모드 올클리어. 타르타로스 반복 개빡셈. 그래도 깨고 나면 뿌듯함. 110시간 컷.

정우네2월 11일 AM 12:27

허허 이번 리로드에서 동료 이야기가 훨씬 살아난 느낌이라 좋았지요. 특히 유카리나 아키히코 쪽 보는데 코끝이 찡해지더라고요 그래. 껄껄. 타르타로스는 예나 지금이나 층계 반복이 좀 그렇긴 한데, 전투가 빨라진 덕에 예전처럼 허리 아프진 않았습니다 허허.

코모에스타스2월 13일 AM 09:12

한국어 음성 없어서 진짜 별로야 ㅠㅠ 그래도 전투는 좀 빨라져서 그나마 낫다 ㅎㅎ

태양의기사2월 13일 PM 09:32

전투 모션이랑 이펙트 개쩐다 ㄹㅇ ㅋㅋ 타격감 미쳤음 근데 타르타로스는 좀 심심하긴 하다 그래도 깰만함